최초의 팬데믹, 유스티니아누스 역병

글, 사진 / 김쓰
인류 역사상 인구 대비 최악의 역병은 14세기 유럽을 강타했던 흑사병이다. 1347년부터 시작하여 1351년에 이르기까지 유럽에 사는 수천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전염병이기도 하다. 이 흑사병의 원인균이 어떤 병원균이냐는 논란은 오랜세월 있어왔었지만 2011년 네이처 학술지에 흑사병을 일으킨 원인균이 페스트균이라는게 알려지며 논란은 종식되었다.
오늘날에도 꾸준히 감염자가 나오는 페스트균. 그 이전에도 이러한 페스트균에 의한 역병이 있었다는데, 6세기에 있었던 유스티니아누스 역병이 페스트균으로 인해 일어난 감염병이라고 한다. 현재로써는 최초의 팬데믹이라고 할 수 있는데, 독일 바바리아의 묘지에서 발굴한 6세기 유골에서 유스티니아누스 역병으로 희생된 사람의 DNA를 분석해본 결과 그 당시 유스티나이누스 역병의 원인균이 페스트균임을 알 수 있었다고 한다. 유스티니아누스 역병은 세계에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유스티니아누스 역병이라고 이름붙은 이유는?
유스티니아누스 역병이라는 명칭은 역사가들이 붙인 명칭으로, 당시 가장 거대했으며 그로인해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동로마제국을 다스리던 황제 유스티니아누스 1세의 이름을 따서 유스티니아누스 역병이라고 이름 붙였다고 한다. 541년에서 543년에 걸쳐 동로마제국을 강타했던 이 역병에 당시 유스티니아누스 1세 또한 역병에 감염되기도 하였는데, 당시 동로마제국의 영토였던 이집트 펠루시움항에서 처음 보고된 이 역병은 3천만에서 5천만명의 목숨을 앗아간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유스티니아누스 역병은 얼마나 지속되었을까?
당시의 역사학자 프로코피우스는 유스티니아누스 역병이 한창일 때는 콘스탄티노플(오늘날의 이스탄불, 그 당시 동로마제국의 수도)에서 하루에 1만명씩 죽어나갔다는 내용의 기록을 남기기도 하였다. 유스티니아누스 역병이 어느정도의 피해규모를 남겼는지 정확히 알 수 있는 자료는 없다. 다만, 유스티니아누스 역병은 541년 발생한 이후 2세기 동안 동로마 제국과 북아프리카, 레반트 지역, 소아시아 및 이베리아 반도를 포함한 지중해 전 권역과 갈리아 지역, 영국 제도, 사산조 페르시아 등 광대한 지역에서 창궐하였다고 한다.
진화유전학자인 캐나다 맥마스터대 헨드릭 포이너 규수팀은 랜싯에 유스티니아누스 역병의 게놈을 데이터베이스에 있는 페스트균 균주와 비교한 결과 현재의 어떤 균주와도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처음 유행이후 수십년 간격으로 반복해서 나타나던 이 역병은 750년을 마지막으로 완전히 자취를 감춘 것이다.
유스티니아누스 역병은 세계에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 당시의 가장 큰 제국이었던 동로마제국을 휩쓸었던 질병인 만큼 동로마 제국을 약화시키고 이슬람 제국 같은 신흥 세력이 등장한 기회를 주었다.
- 당시 질병은 신의 질벌 또는 자연적 원리에 의해 발생한다는 원리를 공유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합리적 질병관에 의한 처방이 별다른 효과가 없자 신의 징벌로 해석되어졌는데, 이로인해 기독교의 성인들이 환자 치유인의 형태로 숭배되어 자리잡기도 하였다.
- 당시의 유럽 문명을 대표하는 중심지로써 지중해 지역이 역병의 영향으로 약화되었고, 이로인해 상대적으로 피해를 덜 받은 북유럽이 유럽문명의 중심지가 되었다는 가설 또한 존재한다.
페스트균이 면역체계를 바꾸었다
미국 시카고대, 캐나다 맥마스터대, 프랑스 파스퇴르연구소 등이 참여한 국제공동연구소팀에서는 페스트균이 원인이었던 흑사병이 유행하던 시기에 인간의 면역 유전자가 변이되었다는 연구결과를 네이처 학술지에 발표하였다.
연구팀이 흑사병의 유행시기 약 100년 전후로 살았던 사람들의 뼈를 분석해본 결과, 면역반응과 관련된 유전자 356개 중 흑사병 이후 245개 유전자의 별이를 일으켰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한다. 페스트균을 방어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유전자는 ERAP2 유전자라고 하는데, 이 유전자가 면역체계의 능력을 향상시켜 유전자 변이가 생기지 않은 사람보다 흑사병에서 생존할 가능성을 높였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한다. 다만, 그 당시 흑사병으로부터 생존을 도왔던 ERAP2 유전자가 지금은 크론병을 유발하는 위험인자로 알려져 있다고 한다.
페스트가 다시 팬데믹을 일으킬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미국 노던애리조나대 다이브 와그너 교수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페스트균은 설치류에 존재하고 있어 사람에게 전염될 가능성이 있다고 하였다. 다행히도 지금은 효과가 뛰어난 항생제가 있어 팬데믹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페스트균으로 인한 전염병은 현재 의학이 발전하고 개인위생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대부분의 지역에서 사라졌다고 한다. 그러나 여전히 아시아, 북미, 아프리카 등에서는 간간히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이웃나라 중국과 몽골에서도 최근 다시 발생하고 있다는 뉴스를 접할 수 있다. 페스트는 반드시 치료를 해야만 나을 수 있어서, 병원에 방문해 항상제를 투약해야 한다고 한다. 대부분의 병원에서 흔히 사용되는 항생제들이 효과가 있다고 하며, 항생제를 투약하는 것만으로도 사망률을 15-20%로 낮출 수 있다고 한다.
이상으로 최초의 팬데믹, 유스티나이누스 역병과 관련된 글들을 써보았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