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정보 및 기타/생활정보

미국 병원비와 파산

김쓰 2023. 9. 14. 14:25
반응형

글, 사진 / 김쓰

 

친한 지인이 미국 생활을 처음 시작하면서 가장 걱정하던 것 중 하나는 병원에 가는 일이었다. 기본적으로 의료시스템의 도움을 받는 비용에 대한 걱정이 많았는데, 미국에 들어가기 전 기억하기로는 상비약들을 꽤나 많이 챙겨갔던 걸로 기억한다. 그때는 그냥 타지로 가니깐 걱정되어서 그런가보다.. 라고 생각을 했는데, 몇년이나 지나고서야 보니 그게 다 미국 의료 시스템에 대한 걱정들이었던 것 같다. 오늘은 미국의 의료 시스템과 파산에 대해서 말해보려고 한다.

 

미국 의료보험 플랜 종류

 

미국에는 여러가지 의료보험 플랜들이 존재하고 있다. 초기에는 보험구성이 간단하여 가입자가 병원 혜택을 쉽게 받아갈 수 있었지만, 아프지 않더라도 병원을 찾아가는 등의 혜택남용 사례가 많아 플랜으로 세분화되게 되었다고 한다. 미국의 많은 의료보험 플랜은 대체로 3가지 종류로 나뉠 수 있는데, HMO, PPO, EPO 이 세 종류이다. 각 플랜마다 '프리미엄'이라고 불리우는 우리나라에서 보자면 의료보험비를 내야하는데, 각 플랜마다 보장범위가 달라 얼마만큼의 프리미엄을 부담하느냐에 따라, 공제금액, 본인부담 상한액, 자가부담 비율 등이 달라진다고 한다. 각각의 보험들이 어떤 것인지는 아래에서 서술하겠다.

 

* 공제금액 : 사전적으로는 뺀다는 뜻을 가진 공제. 공제금액이란 어떤 항목에서 차감하는 것을 말한다. 여러가지 공제 중 소득공제나 세액공제를 생각해서 비교해보면 좋을 것 같다.

* 본인부담 상한액 : 우리나라에서는 본인부담상한제라고해서 예기치 못한 질병 등으로 막대한 의료비가 발생하였을때 연간 건강보험 본인부담금이 개인별 상한금액을 초과할 경우 그 초과 금액을 건강보험공단에서 부담하는 제도가 있는데, 이와 비슷한 제도인 것으로 보인다.

* 자가부담 비율 : 본인 스스로가 부담하는 비용의 비율

 

HMO(Health Maintenance Organization)

  • 가장 보편적인 형태의 보험 플랜, 월 보험료를 납부하고 정해진 병원과 의사 진료에 대해서만 보험혜택을 주는 플랜
  • 보험료가 PPO보다 저렴하나 반드시 주치의를 정하게 되어 있고 주치의는 건강상담, 예방, 검진 등의 역할을 한다
  • 특정 분야의 전문의에게 진료받고 싶은 경우, 주치의와 상담하여 소개받아야 한다

PPO(Preferred Povider Organization)

  • 선택의 자유가 가장 넓은 플랜
  • 별도의 주치의를 두지 않고 자기가 원하는 진료를 신속히 받을 수 있음
  • 병원에서도 서비스당 수당이 지급되기 때문에 자주 병원을 찾아가도 의사들에게 환영받는 프로그램

EPO(Exclusive Provider Organization)

  • 주치의를 두지 않아도 되는 PPO와 유사하지만 지정된 네트워크 내에서만 치료를 받을 수 있는 HMO의 속성을 가지고 있다
  • 방문시 수당을 받기 때문에 의사들에게 유리한 플랜이라 상대적으로 HMO에 비해서는 네트워크가 넓은 편임
  • PPO보다 보험료가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미국에서도 이러한 민간 보험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의료서비스인 메디케이드와 65세 이상의 고령층을 대상으로 하는 메디케어 또한 존재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민간 보험을 들어야 병원의 혜택을 볼 수 있다.

 

의료보험플랜이 있음에도 미국인들이 병원비로 파산하는 이유는?

 

위와 같이 보험 플랜이 있음에도 미국인들은 왜 병원비로 파산하는 경우가 있는 것일까? 만약 본인이 가지고 있는 보험 플랜이 HMO이면, 응급 상황 발생시 본인의 보험사와 계약되어 있는 병원이 없으면 어쩔 수 없이 본인의 보험과 계약되어 있지 않은 의사로부터 수술을 받게 된다. 이를 미국에서는 아웃 오브 네트워크라고 하는데, 이 경우에는 보험처리가 되지 않거나 비용 또한 몇배로 늘어나게 된다. 또한 의료비와는 별개로 시설 이용료라는 것이 따로 있어 우리나라에서는 무료로 이용하는게 당연한 시설인 의자, 엘리베이터 등을 사용한 비용을 부담하게 된다. 병원 운영비를 환자가 부담하게 되는 것이다.

 

미국의 병원비 청구는 우리나라처럼 일괄되어 원무과에서 한번에 납부하는 것이 아니다. 병원에서는 모든 행위들을 최대한 세분화하여 이를 청구하게 되는데, 큰 수술을 받은 사람들은 이 청구서를 매번 따로 받아야 한다. 미국 병원비의 극단적인 예로는 출산시 3천만원, 폐암으로 인한 일년반 치료시 약 10억원, 안과의사와 진료시 80만원 등 상상을 초월하는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미국에서는 이로인해 좋은 보험없이 아프게 된다면 파산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실제로 미국 개인파산의 6-70%정도는 의료비 때문이라고 하니, 심각한 수준이다. 단적으로 코로나19가 한창일때도 미국인들이 코로나19보다 걱정한 것은 이로인한 병원비였다고 한다. 

 

미국에서 병원비로 인해 파산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병원비로 인해 파산할 경우 병원비는 정리된다. 다만, 병원비만 빚으로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파산보다는 병원과의 협상을 우선으로 하는 것이 좋다. 병원비의 경우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환자와 협상을 해주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다만, 상당히 큰 액수의 병원비일 경우에는 따로 자산이 충분치 않다면 파산이 대안이 될 수밖에 없다.

 

미국은 법으로서 파산자를 보호하고 있어, 당장 생활하는데 지장을 주진 않는다. 직장 퇴출, 거주지 강제 퇴거, 금융거래 제한 등 아무것도 제약할 수 없다. 다만, 신용생활에는 어려움이 생길 수 밖에 없다. 미국은 알다시피 크레딧으로 돌아간다. 일자리나 수입이 없어도 크레딧이 있으면 차나 집을 렌트하여 사용할 수 있는 곳이 미국이다. 반대로 보자면, 크레딧이 없다면 직장이 있고 수입이 있더라도 차나 집을 렌트해서 사용하거나 융자를 얻는 등의 활동에는 제약을 받을 수 밖에 없다. 한 예로써 파산 이후 한동안 아파트 렌트 등을 하기 위해서는 보증금을 많이 내거나 보증인을 세워야 하는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다만 2-3년 내로 정상적인 크레딧으로 복구가 가능하다고는 한다. 

 

지나친 병원비에 대해서 파산이 무조건적인 대안이 될 수는 없지만, 파산을 통해 빚정리를 한다면 그래도 살아갈 수 있는 사회 정도는 되는 것 같다. 끝.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