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녕 관룡사 용선대 석조여래좌상, 화왕산 절벽 위의 부처님

글, 사진 / 김쓰
해발 500m,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돌계단을 오르다 보면
갑자기 시야가 트이며 나타나는 절벽.
그 위에 년째 앉아계신 부처님이 있다.
경남 창녕의 화왕산 자락에 자리한 관룡사. 그곳에서 조금 더 올라가면 만날 수 있는 특별한 문화재가 있다. 바로 보물 제295호로 지정된 창녕 관룡사 용선대 석조여래좌상이다. 이 석불은 단순히 오래된 돌조각이 아니라 통일신라시대의 예술혼과 불교 신앙이 빚어낸 걸작이다.
용선대 석불의 기본 정보와 지정 내역
창녕 관룡사 용선대 석조여래좌상은 1963년 1월 21일 대한민국 보물 제295호로 지정되었다. 당시에는 '관룡사용선대석조석가여래좌상'이라는 긴 이름으로 불렸지만, 2010년 8월 25일 현재의 명칭으로 변경되었다.
이 석불은 경상남도 창녕군 창녕읍 옥천리 산328번지에 위치하고 있다. 관룡사 경내에서 약 500m정도 떨어진 용선대라는 높은 바위 위에 자리 잡고 있어 마치 하늘과 땅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하는 듯 하다.
석불의 조형적 특징과 예술성
전체적인 구성과 규모
관룡사 정상 부근의 수십 길 낭떠러지 위에 홀로 앉아 있는 이 석불은 전체 높이 2.98m, 불신 높이 1.81m, 대좌 높이 1.17m의 규모를 자랑한다. 석굴암의 본존과 똑같은 양식으로 조성된 것이 특징이다.
얼굴과 신체 표현
머리에는 작은 소라 모양의 머리칼이 정성스레 조각되어 있고, 정수리 부근에는 상투 모양의 머리가 큼직하게 솟아 있다. 얼굴은 원만하고 단아한 인상이며, 미소를 띤 표정에는 자비로운 불심이 느껴진다.
사각형 얼굴이지만 둥근 맛이 있으며 조금 뜬 길다란 눈, 짧고 넓적한 코, 입가에 미소를 띤 온화한 인상을 보여준다. 목의 삼도는 가슴까지 내려와서 형식화를 지향하고 있다.
옷주름과 수인
양 어깨를 감싸고 있는 옷은 몸에 밀착되었으며 옷주름은 규칙적인 평행선으로 처리되어 도식적인 모습이다. 높은 대좌 위에 항마촉지인을 한 좌상으로 무릎에 놓인 손은 두툼하지만 섬세하게 조각되었다.
대좌의 구성
불상이 앉아 있는 대좌는 상,중,하대로 구성되어 있다. 반구형의 상대석은 연꽃을 새겼고, 8각 중대석은 각 모서리에 기둥 모양을 두었으며, 하대석은 4각의 받침 위에 겹으로 연꽃무늬를 새겨 넣었다. 이러한 삼단팔각연화대좌는 석굴암 본존보다 앞서는 것으로는 경주지역에도 존재하지 않는 특별한 양식이다.
제작 시기를 둘러싼 학술적 논쟁
명문 발견과 새로운 해석
2009년 용선대 석불좌상의 대좌 중대에서 '開元十'이라는 명문이 발견되었다. 이를 통해 석불의 제작 시기가 빠르면 722년, 늦어도 731년에는 만들어졌음이 밝혀졌다. 그동안 이 불상은 막연히 9세기 작품으로 추정되어 왔던 것이다.
양식적 특징과 편년 논란
하지만 양식적으로는 8세기 전반의 불상이라고 보기 어려운 점들이 있다. 펑퍼짐한 육계와 두터운 상대, 높은 중대는 9세기 불상의 특징이며, '촉지인 계열' 수인 역시 8세기 후반-9세기 전반으로 편년되는 불좌상에서 애용된다.
양감이 줄어든 신체 표현, 도식적인 옷주름선, 8각 연꽃무늬 대좌의 형식 등으로 보아 통일신라 후기 9세기경에 만들어진 작품으로 추정하는 견해도 여전히 유효하다.
조성 배경과 불교적 의미
지진과 산악 신앙
용선대 석불좌상이 부처의 힘을 빌려 관룡산을 안정시키려는 의도로 세워졌다는 해석이 있다. 당시 이 지역에서 몇 차례 일어난 지진들이 이러한 결론에 힘을 실어준다. 바로 뒤가 절벽인 것으로 보아 불상 위에 건물은 없었던 듯하며, 자리를 정하는 데에는 땅의 기운을 누르려는 신라하대의 도참사상이 작용한 듯 하다.
통일신라 8대 사찰의 위상
관룡사는 통일신라시대 8대 사찰 중 하나로 많은 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원효가 제자 송파와 함께 이곳에서 백일기도를 드렸다는 기록도 전해진다. 이러한 사찰의 위상을 고려할 때, 용선대 석불의 조성은 단순한 신앙 행위를 넘어 국가적 차원의 불사였을 가능성이 크다.
보존 상태와 복원 이력
현재의 보존 상태
석불좌상은 광배가 없어진 상태로 전해지고 있다. 대좌 하대의 복련 일부가 부서진 것을 제외하면 비교적 온전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의 훼손과 보수
2013년 전후로 목 부위를 기준으로 얼굴과 몸이 분리되는 훼손이 한 차례 있었다. 2016년 경주 지진 때 보수한 부분에서 2023년 다시 일부 변색 및 파손된 모습이 발견되어 문화재청에 긴급 보수를 요청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주변 문화재와의 관계
관룡사의 다른 석조 문화재
관룡사에는 용선대 석조여래좌상외에도 약사전에 모셔진 석조여래좌상(보물 제519호)이 있다. 이 약사전 불상은 표현기법에 있어 용선대 석조여래좌상을 본떠 만든 것으로 보인다.
관룡사의 주요 문화재 현황
- 창녕 관룡사 약사전 - 보물 제146호
- 창녕 관룡사 대웅전 - 보물 제212호
- 창녕 관룡사 용선대 석조여래좌상 - 보물 제295호
- 창녕 관룡사 석조여래좌상 - 보물 제519호
- 관룡사 약사전 3층석탑 - 경상남도 유형문화유산
창녕 관룡사 용선대 석조여래좌상은 단순한 돌조각이 아니다. 통일신라시대의 예술적 성취와 종교적 열망이 어우러진 문화유산이다. 비록 제작 시기에 대한 학술적 논쟁이 있고 보존 상태가 완벽하지는 않지만 천년의 세월을 견뎌온 이 석불은 여전히 우리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용선대를 내려오며 뒤돌아보니, 석불은 여전히 그 자리에서 창녕 평야를 굽어보고 계셨다.
상식을 넓히는 퀴즈
문제 1: 창녕 관룡사 용선대 석조여래좌상이 보물로 지정된 연도는?
정답: 1963년
문제 2: 용선대 석불의 전체 높이는?
정답: 2.98m
문제 3: 용선대 석불이 취하고 있는 수인은?
정답: 항마촉지인
주소 - 경남 창녕군 창녕읍 옥천리 산328 관룡사
주차 - 관룡사 주차장 이용가능
도보 - 주차장에서 약 30분 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