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Korean History)/전통예술 및 유산(Traditional Arts & Heritage)

국립중앙박물관 반가사유상, 1400년의 시간을 건너온 미소

김쓰 2025. 7. 3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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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의 방의 반가사유상을 표현해보았다

글, 사진 / 김쓰

 

국립중앙박물관 2층, 어둡고 고요한 복도를 지나면 특별한 공간이 나타난다. 2021년 11월에 개관한 '사유의 방'은 439㎡ 규모의 공간으로 우리나라의 국보 반가사유상 두 점이 나란히 전시되어 있다. 왼쪽 무릎 위에 오른쪽 다리를 얹고 오른쪽 손가락을 살짝 뺨에 댄 채 깊은 생각에 잠긴 모습으로 6세기 후반과 7세기 전반 삼국시대에 제작된 이들은 1400년이라는 시간을 건너와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사유하고 있다.

 

 

돌과 금속에 숨결을 불어넣다 - 반가사유상의 탄생

 

반가사유상은 한쪽 다리를 다른 쪽 무릎 위에 얹고 손을 뺨에 댄 채 생각에 잠긴 자세를 취한 불상이다. 이 자세는 인간의 생로병사에 대해 깊이 고뇌했던 석가모니의 모습 또는 깨달음을 잠시 미루고 있는 수행자와 보살의 모습이기도 하다.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국보 제78호)은 높이 83.2cm로 삼국시대 작품으로 추정되지만 출처는 신라나 백제 어느 지역인지 베일에 싸여 있다.

 

이 작품은 360도 관람 시 군더더기 없이 매끈하고 날씬한 느낌을 주며 2mm 정도의 얇은 청동층은 당시 금속 공예의 발달 수준을 보여준다. 또한, 화려한 장신구와 정제된 옷 주름, 날카로운 콧대와 또렷한 눈매가 특징이다.

 

다른 한 점인 금동반가사유상(국보 제83호)은 높이 93.5cm로 국보 제78호보다 크기가 크며 7세기 전반에 제작된 것으로 보인다. 이 작품은 단순하고 절제된 양식을 보여주며 세 개의 반원으로 이루어진 보관과 두 줄의 원형 목걸이가 간결함을 더한다. 무릎 아래의 옷 주름은 물결치듯 율동감 있게 표현되어 역동성을 보여주며 손가락과 발가락의 섬세함이 돋보인다.

 

이 두 점의 반가사유상에는 삼국시대의 최첨단 주조 기술이 담겨 있다. 밀랍으로 원형을 만들고 진흙으로 감싼 뒤 가열하여 밀랍을 녹여내고 그 빈 공간에 청동을 부어 형태를 완성하는 방식이었다. 두께 0.2cm-1.0cm에 가까운 금동 반가사유상을 만들어 낸 삼국시대 주조 기술과 그 수준은 세계적으로 놀라울 정도이며 주조 후 거푸집을 고정했던 흔적도 보이지 않아 금속 가공 기술이 매우 뛰어났음을 알 수 있다.

 

흥미롭게도 두 반가사유상은 같은 밀랍주조법을 사용했지만 세부 제작 방식에는 차이가 있었다. 국보 78호는 약 4mm의 매우 얇은 밀랍판을 사용하고 고운 진흙으로 내형토를 만들었다. 이로 인해 완성품은 평면적인 느낌이 강했고 공기 배출이 원활하지 못해 여러 곳에 수리 흔적이 남아있다.

 

반면 국보 83호는 약 10mm의 두꺼운 밀랍을 사용하고 모래가 섞인 사질점토에 식물 줄기를 넣어 공기 배출을 용이하게 했다. 그 결과 풍부한 양감과 입체적인 옷주름 표현이 가능했고 거의 완벽한 주조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두 작품 모두 구리-주석-납의 3원계 합금으로 된 청동을 사용했으며 표면에는 수은에 금을 용해시켜 도금하는 아말감도금기법이 적용되었다. 이러한 기술적 차이는 각 작품의 독특한 미감을 만들어내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침묵의 미소, 천 년의 울림

 

반가사유상의 가장 큰 매력은 그 신비로운 미소이다. 살짝 다문 입가에 잔잔히 번진 미소는 깊은 생각 끝에 도달하는 영원한 깨달음의 찰나를 느끼게 한다. 이 미소는 보는 각도와 조명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며 관람객으로 하여금 자신의 마음을 투영하게 만든다.

 

국보 78호는 화려한 왕관과 옷 장식, 바람에 나부끼는 듯한 옷 주름과 허리끈의 역동적인 표현이 돋보인다. 국보 83호는 장식이 절제되어 있지만 세련미를 느낄 수 있으며 나신의 상반신에는 단순한 목걸이가, 머리에는 삼봉관 혹은 연화관이라고 불리는 왕관이 씌워져 있다. 따뜻하고 온화한 미소에 매끈한 신체 표현은 고대 그리스 조각상을 떠올리게 한다.

 

두 점의 반가사유상을 비교하며 관람하는 것은 최대의 장점이며 머리부터 발끝까지 자세와 미소는 비슷하지만 표현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사유의 방에서 두 반가사유상을 마주하는 경험은 특별하다. 어둠 속에서 은은하게 빛나는 금동의 광택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온화한 미소는 1400년 전 장인이 만든 작품이 시공간을 초월하여 우리에게 말을 건네는 듯한 느낌을 준다.

 

반가사유상 앞에 서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사유하게 된다. 삶이란 무엇인가,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1400년 전 누군가도 이 상 앞에서 같은 질문을 던졌을 것이다. 반가사유상의 미소는 그 모든 질문에 대한 침묵의 답이라 할 수 있다.

 

 

상식을 넓히는 퀴즈

 

문제 1. 국립중앙박물관의 '사유의 방'이 개관한 시기는 언제인가?

1) 2020년 11월

2) 2021년 11월

3) 2022년 11월

4) 2023년 11월

 

문제 2. 국보 제78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의 높이는?

1) 73.2cm

2) 83.2cm

3) 93.2cm

4) 103.2cm

 

문제 3. 반가사유상을 제작할 때 사용된 주조 기법은?

1) 석고 주조법

2) 모래 주조법

3) 밀랍 주조법

4) 압력 주조법

 

정답: 문제1-2번, 문제2-2번, 문제3-3번

 

 

오늘의 정리

 

국립중앙박물관 2층에 위치한 '사유의 방'에는 6-7세기 삼국시대에 제작된 두 점의 국보 반가사유상이 전시되어 있다. 국보 제78호(높이 83.2cm)와 국보 제83호(높이 93.5cm)는 한쪽 다리를 무릎 위에 얹고 손을 뺨에 댄 채 사유하는 자세로 인간의 생로병사를 고민하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밀랍 주조법으로 제작된 이 작품들은 밀랍으로 원형을 만들고 진흙으로 감싼 뒤 가열하여 밀랍을 녹여내고 그 빈 공간에 청동을 부어 완성했다. 완성된 청동 불상의 두께는 0.2-1.0cm로 매우 얇게 제작되어 당시의 뛰어난 금속 공예 기술을 보여준다. 두 작품은 비슷한 자세와 미소를 띠고 있지만 78호는 화려한 장신구와 역동적인 표현이, 83호는 절제된 양식과 간결한 아름다움이 특징이다.

 

2021년 11월 개관한 사유의 방은 건축가 최욱이 설계한 특별한 공간으로 어둠과 은은한 조명 속에서 반가사유상과의 깊은 교감을 가능하게 한다. 1400년의 시간을 넘어 전해지는 이들의 미소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우리에게 삶의 의미를 묻고 있다.

 

 

 

관람 안내
  • 위치 - 서울특별시 용산구 서빙고로 137 국립중앙박물관 2층 사유의 방
  • 관람시간 - 월, 화, 목, 금, 일 10:00-18:00, 수,토요일 : 10:00-21:00
  • 옥외전시관 - 07:00-22:00
  • 휴관일 - 1월 1일, 설날, 추석
  • 주차 - 기본 2시간 2,000원, 추가 30분당 500원
  • 관람료 - 상설전시관 무료, 어린이박물관 무료(사전 예약 필수), 특별전시 유료(전시별 상이)
  • 문의 - 02-2077-9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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