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의 두 얼굴 - 일제강점기 도시계획과 건축의 흔적

글·사진 김쓰
일제강점기, 그 시절 경성부라 불렸던 서울을 떠올린다. 청계천을 경계로 남쪽 남촌에는 일본인 중심의 상업지와 관청가가 이어졌고, 북쪽 북촌에는 조선인의 한옥 마을이 포개져 있었다. 보이지 않는 경계는 삶의 질과 기회를 가르는 선처럼 작동했다.
북촌과 남촌 - 경성, 두 개의 삶이 흐르다
아침 일찍 가등 아래 남촌의 거리는 이미 분주했다. 양복 차림이 본정 쪽 관청과 은행으로 향하고, 노면전차는 정거장을 오가며 사람들을 실어 나른다. 상수도와 하수도 같은 근대 시설은 이 지역부터 우선적으로 깔렸다. 반면 북촌의 골목은 늦게야 밝아졌다. 연기가 퍼지고 물동이가 오간다. 같은 경성부 안에서도 시구개수의 이익은 고르지 않았다.
남촌·북촌의 교통과 동선 - 속도와 접근성의 격차
남촌에서 본정과 남대문통을 잇는 노면전차는 정거장 간격이 촘촘해 출퇴근의 리듬을 정확히 맞췄다. 전차 노선의 정거장과 관청, 은행, 백화점이 결절점처럼 기능하며 사람과 상품이 빠르게 회전했다. 반면 북촌의 동선은 도보와 인력거 중심이었다. 경사와 계단길, 좁은 로지가 이어지는 길 위에서 하루의 속도는 자연히 느려졌다. 같은 도시 안에서 이동 시간의 차이는 곧 일자리와 서비스 접근성의 차이로 이어졌고, 그 격차는 생활 수준의 체감적 간극을 키웠다.
적산가옥과 근대 한옥 - 나의 집이 된 식민의 집
일본인 주택이 늘고, 전통 한옥은 개량한옥으로 바뀌었다. 유리창과 수도, 작은 위생간(화장실)이 들어오고, 마루와 온돌 옆에 다다미방이 덧붙는 식의 절충이 일상화됐다. 해방 뒤 일본인 소유의 집은 적산으로 분류됐고 일부는 불하주택이 되어 새로운 거주자를 맞았다. 후암동과 용산, 군산 신흥동의 오래된 집들은 그 전환의 시간을 여전히 품고 있다.
Q: 적산가옥은 해방 후 어떻게 되었나?
A: 국가 관리 아래 적산으로 묶인 뒤, 불하나 임대 등으로 배분됐다. 식민의 표상이었던 집이 생활의 자리로 바뀌는 과정에서, 공간은 낯섦과 필요를 함께 품었다.
조선총독부와 근대 관공서 - 권력의 섬뜩한 풍경
1926년, 경복궁의 중심축을 가로막으며 조선총독부 청사가 들어섰다. 업무 개시는 1월 초로 전한다(기록에 1월 4일, 1월 6일 설이 공존). 철근콘크리트 구조에 신고전주의 요소를 빌린 외관, 중앙홀과 대계단이 만드는 위압감은 통치의 질서를 도시 풍경 속에 각인했다. 같은 시기 경성역의 돔, 조선은행의 거대한 기둥, 경성부청의 대칭 배치는 관공서 건축의 전형이 되었다. 깊은 차양 현관과 넓은 광장은 권력의 동선을 연출했다.
본정과 종로의 상업 풍경 - 쇼윈도와 소비의 장면들
본정과 종로 일대에는 백화점, 양장점, 다방이 늘어서 쇼윈도가 거리를 밝히고 군중의 시선을 붙잡았다. 유리 진열장에 놓인 수입 원단과 모자, 생활용품은 근대적 소비의 상징이 되었고, 점심시간이면 다방의 라디오 소리와 커피 향이 가등 아래로 번졌다. 이런 상업 경관은 새 유행을 퍼뜨리고, 도시의 취향과 시간을 재편했다. 북촌의 시장과 사랑방 문화가 지키던 관계의 리듬과 대조되며, 경성의 하루를 두 개의 속도로 갈라놓았다.
도시계획 법령과 도로 - 식민지의 숨결이 깃든 거리
1934년 조선시가지계획령이 시행되면서(일부 조항은 8월 1일부터 시행) 도로는 직선화되고 간선축이 정리됐다. 도로폭을 넓히고 차도와 보도를 나누는 방식은 통행과 관리에 효율적이었지만, 구불구불한 골목과 마당의 결을 지워갔다. 종로, 을지로, 세종대로 같은 큰 축은 그때의 계획을 겹겹이 안고 오늘까지 이어진다. 말기로 갈수록 전시체제에 맞춘 공장과 사택 같은 집단 주거가 빠르게 들어섰고, 철거는 정비라는 이름으로 진행됐다.
Q: 일제강점기 도시계획이 지금 서울에 남긴 것은?
A: 간선도로의 방향과 결절점, 일부 폭원의 감각이 오늘의 동선에도 남아 있다. 행정 명칭이 바뀌어도 길의 리듬은 쉽게 바뀌지 않았다.
일상과 저항, 그리고 기억 - 도시 공간에 흐르는 민중의 삶
시장통의 노점과 공회당, 아동공원과 운동장은 새로운 생활 풍경을 만들었다. 한의원과 양병원이 나란히 문을 열고, 배급표가 일상의 시간을 나눴다. 임대료와 철거를 둘러싼 갈등 속에서 세입자 모임과 연명 진정 같은 작은 연대가 생겨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