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사진 / 김쓰
넷플릭스에서 사극을 보다 보면 "이게 실제로 있었던 일일까?"라는 궁금증이 들 때가 있을 것이다. 드라마 속 화려한 궁중 생활, 치열한 전투 장면, 애틋한 러브스토리... 과연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픽션일까?
놀랍게도 우리에게는 1,500년 전 삼국시대의 진짜 이야기를 담은 책이 있다. 바로 《삼국사기》이다. 이 책은 단순히 왕들의 업적을 나열한 지루한 기록이 아니다. 화랑 관창이 열다섯 살에 전장에서 장렬히 전사한 이야기, 을지문덕이 수나라 대군을 물리친 통쾌한 승리의 순간, 왕비가 된 여인의 파란만장한 인생사까지...
K-드라마가 전 세계를 열광시키는 지금 그 원조 격인 《삼국사기》를 알아보려 한다. 약 880년 전 김부식이 남긴 이 기록은 어떻게 우리에게 전해졌을까?
《삼국사기》는 어떤 책일까?
김부식과 그의 시대
1145년, 고려 인종 때의 일이다. 당시 고려는 왕조 최고의 전성기를 막 지나 여러 현실적 고민에 직면해 있었고 많은 지식인들이 시대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었다. 이런 시대적 배경 속에서 김부식(1075-1151)이라는 한 학자가 왕명을 받아 역사서 편찬에 나섰다.
그런데 여기서 재미있는 점이 하나 있다. 김부식은 신라 무열왕의 후손이자 경주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이런 그의 출신 배경이 훗날 《삼국사기》를 둘러싼 논란의 씨앗이 되기도 했다.
왜 고려 시대에 삼국 역사를 정리했을까?
고려 중기는 유교사관이 이전 시대와 달리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된 시기였다. 김부식은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여 유교적 왕도정치를 실현하고자 했고 왕권을 강화하며 사회 질서를 확립하려는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신라 왕실의 혈통이 고려 왕실로 이어진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고려의 신라계승의식을 부각시키려 했다. 이를 통해 고려 왕조의 정통성을 확보하고자 했던 것이다.
《삼국사기》의 구성과 체제
기전체, 중국 역사서의 틀을 빌리다
《삼국사기》는 중국의 전통적인 역사서술 방식인 '기전체'를 따르고 있다. 기전체란 본기, 열전, 지, 연표 등으로 구성되는 체계적인 역사 서술 방식이다.
이 방식은 단순히 시간 순서대로 사건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주제별로 역사를 정리하여 보다 체계적이고 입체적으로 과거를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50권의 방대한 구성
《삼국사기》는 총 50권으로 이루어져 있다. 구체적으로는 본기 28권(신라본기 12권, 고구려본기 10권, 백제본기 6권), 연표 3권, 지 9권, 열전 10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 본기 - 고구려, 백제, 신라 각국의 왕들의 치세를 연대순으로 기록한다.
- 연표 - 삼국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정리한 연대표이다.
- 지 - 제도, 지리, 관직 등 주제별 기록이다.
- 열전 - 뛰어난 인물들의 전기이다. 김유신, 을지문덕, 계백, 관창 등 충신과 명장들의 일대기가 담겨 있다.
삼국사기 vs 삼국유사, 무엇이 다를까?
유교 vs 불교, 시각의 차이
《삼국사기》와 《삼국유사》는 둘 다 삼국시대를 다룬 역사서지만 그 성격은 사뭇 다르다.
《삼국사기》는 유교적 사관에 입각하여 합리적이고 사실 중심적인 서술을 추구했다. 반면 《삼국유사》는 불교적 요소를 담아 신화와 설화, 영적인 내용들을 풍부하게 수록했다.
예를 들어 《삼국사기》에서는 신화적 요소를 배제하고 역사적 사실만을 기록하려 했지만 《삼국유사》는 단군신화나 각종 불교 설화를 적극적으로 수록했다.
정사 vs 야사의 관계
흥미롭게도 《삼국유사》를 쓴 일연은 《삼국사기》를 삼국의 본사로 명확히 인식하고 있었다. 즉, 《삼국유사》는 《삼국사기》에 빠진 내용을 보완하려는 의도로 쓰여진 것이다.
김부식의 역사관과 정치적 의도
유교적 질서의 확립
김부식은 《삼국사기》를 통해 유교적 질서를 확립하고 왕권을 강화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 이는 단순히 과거를 기록하는 것을 넘어 당시 고려 사회에 유교적 이념을 확산시키려는 목적이었다.
특히 열전에 수록된 인물들은 대부분 유교적 덕목을 갖춘 충신들로 이를 통해 당대인들에게 모범을 제시하고자 했다.
왕권 강화를 위한 역사 서술
김부식은 왕권 강화라는 정치적 목적도 가지고 있었다. 《삼국사기》에는 왕들의 업적을 중심으로 역사를 서술하고 왕권에 도전하는 세력들을 비판적으로 묘사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삼국사기 속 흥미로운 이야기들
영웅들의 활약상
《삼국사기》에는 우리가 잘 아는 역사적 영웅들의 이야기가 생생하게 담겨 있다.
을지문덕은 수나라의 대군을 살수에서 대파한 명장으로 기록되어 있고 관창은 황산벌 전투에서 장렬히 전사한 화랑으로 그려진다. 김유신은 삼국통일의 주역으로서 그의 일대기가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
외교와 전쟁 그리고 혼인
삼국시대는 끊임없는 전쟁과 외교의 시대였다. 《삼국사기》에는 이러한 국제관계의 복잡한 양상이 잘 드러나 있다.
특히 백제와 왜의 통호 관계, 신라와 당의 동맹, 고구려와 수·당의 대결 등 동아시아 국제질서 속에서 펼쳐진 외교전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정치적 목적의 혼인 동맹도 중요한 외교 수단이었음을 보여준다.
신화는 왜 빠졌을까?
합리주의 역사관의 영향
《삼국사기》에서 단군신화나 주몽신화 같은 건국신화가 생략된 것은 김부식의 합리주의적 역사관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누락이 아니라 의도적인 선택이었다.
당시 동아시아에는 유교적 합리주의에 따라 신화를 재해석하려는 흐름이 있었고 김부식도 이러한 사조의 영향을 받았다. 그는 신화적 요소보다는 정치적이고 현실적인 서사를 중시했던 것이다.
실용적 역사 서술의 추구
김부식은 경세치용, 즉 세상을 다스리는 데 실용적인 역사를 추구했다. 신화보다는 실제 정치와 행정에 도움이 되는 사실적 기록을 중시했던 것이다.
《삼국사기》의 한계와 비판
신라 중심적 서술
《삼국사기》는 신라 중심의 역사관으로 쓰였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김부식이 신라 왕실의 후손이었던 점도 이러한 편향성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백제에 대한 기록은 신라에 비해 매우 소략하고 중국 사서를 그대로 인용한 부분이 많다. 이는 역사의 균형적 서술이라는 측면에서 명백한 한계이다.
이러한 편향성은 사료의 한계에서도 비롯되었다. 《삼국사기》편찬 시 백제인들이 만든 사서는 직접 이용되지 못했고 신라인들의 손을 거쳐 고려에 전해진 빈약한 국내 사료와 중국 사서의 관련 기록들을 결합하여 만들어졌다. 이는 백제사 서술이 빈약해진 구조적 원인이기도 하다.
사대주의적 시각
《삼국사기》는 중국 중심의 세계관을 반영하고 있다는 비판도 받는다. 중국의 연호를 사용하고 중국과의 관계를 지나치게 중시하는 서술 태도가 나타난다.
특히 고구려와 수·당의 전쟁을 서술할 때도 중국 사서의 기록을 많이 인용하여 우리 민족의 주체적 관점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삼국사기》의 역사적 가치
가장 오래된 삼국시대 기록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국사기》는 현존하는 우리나라 최고(最古)의 역사서라는 점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는다. 삼국시대 당시에 편찬된 역사서가 전하지 않는 현재로서는 《삼국사기》가 한국 고대사 연구의 핵심 사료이다.
체계적인 역사 정리
《삼국사기》는 기전체라는 체계적인 방식으로 삼국의 역사를 정리했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 단순한 사건의 나열이 아닌 주제별로 정리된 역사 서술은 후대 역사 연구의 토대가 되었다.
《삼국사기》는 완벽한 역사서는 아니다. 하지만 천 년 전 우리 조상들의 삶과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소중한 창구이다. 비록 김부식의 시각이라는 필터를 거쳤지만 그 속에는 여전히 삼국시대 사람들의 숨결이 살아 있다.
상식을 넓히는 퀴즈
문제 1. 《삼국사기》를 편찬한 인물은 누구인가?
1) 일연
2) 김부식
3) 최치원
4) 설총
문제 2. 《삼국사기》가 편찬된 시기는 언제인가?
1) 고려 초기
2) 고려 중기
3) 조선 초기
4) 통일신라 말기
정답: 문제1-2번, 문제2-2번
《삼국사기》를 만날 수 있는 곳들
온라인
국사편찬위원회 한국사데이터베이스 - 《삼국사기》의 원문과 번역문을 무료로 열람할 수 있는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이다. 검색 기능도 잘 되어 있어서 특정 인물이나 사건을 찾아보기에도 편리하다.
- 웹사이트 - db.history.go.kr
- 원문과 번역문 동시 제공, 무료 이용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 한국고전번역원에서 운영하는 데이터베이스로 《삼국사기》뿐만 아니라 다양한 고전 자료를 함께 볼 수 있다.
- 웹사이트 - db.itkc.or.kr
- 전문가의 상세한 주석 포함, 관련 자료 연계 검색 가능
오프라인
국립중앙도서관
- 주소 - 서울특별시 서초구 반포대로 201
- 관람시간 - 평일 09:00-18:00(주말 -17:00)
- 휴관일 - 매주 둘째, 넷째 월요일 및 공휴일
- 관람료 - 무료
- 고서실에서 《삼국사기》영인본 열람 가능
- 사전 예약 필수
- 신분증 지참 필수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
- 《삼국사기》의 다양한 판본을 소장하고 있는 전문 연구기관
- 주소 - 서울특별시 관악구 관악로 1 서울대학교 내
- 관람시간 - 평일 09:00-17:00
- 휴관일 - 토요일, 일요일, 공휴일 휴관
- 관람료 - 무료(단, 열람 신청 필요)
- 연구 목적 열람이 원칙, 일반인도 신청 가능하나 승인 절차 있음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 주소 -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하오개로 323
- 관람시간 - 평일 09:00-17:00
- 휴관일 - 토요일, 일요일, 공휴일 휴관
- 관람료 - 무료
- 사전 예약제로 운영
- 연구자 위주지만 일반인도 이용 가능
'한국사(Korean History) > 전통예술 및 유산(Traditional Arts & Heritage)'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훈민정음 최초의 문학 작품들 - 그 탄생과 의미를 찾아서 (3) | 2025.07.29 |
|---|---|
| 《삼국유사》 총정리 - 5분 만에 읽는 한국 신화와 전설 (4) | 2025.07.28 |
| 일성록, 조선 왕들의 일기장 (3) | 2025.07.25 |
| 동의보감, 시간을 넘어 전해지는 의학의 지혜 (4) | 2025.07.24 |
| 조선왕조의궤, 500년 왕실의 숨결을 담은 특별한 기록 (3) | 2025.07.2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