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사진 / 김쓰
산 속의 절. 절 근처로 가면 묘하게 편안한 향이 번진다.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자연본연의 향도 있겠지만 그 못지 않게 절간에서 풍겨오는 향의 냄새도 무시하지 못하는 것 같다. 최근 몇년 사이 이 향이 절에서뿐만 아니라 일상 속에서도 꽤 번져 있는걸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향들은 언제부터 있어왔던 것일까?
향이란?
향은 향기를 뜻하는 한자이다. 한자에서의 향은 벼 '화'와 말씀 '왈'이 아랫쪽에 붙은 모양인데, 이를 통해 향이란 곡식에서부터 비롯된 말임을 알 수 있다. 예로부터 향은 부정한 것을 쫓고, 벌레를 물리치는 용도로 사용되어왔다.
불교와 향
향하면 역시나 불교를 빼놓을 수가 없다. 불교에서 향은 부처님께 바치는 대표적인 여섯가지 공양물 중 하나이다. 여섯가지 공양물은 육법공양이라고도 하는데 육법공양에 속한 공양물로는 등, 향, 차, 꽃, 과일, 쌀이 있다. 이 여섯가지 공양물은 하나같이 정법을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고 한다.
불교의식에서 향은 거룩한 공양으로 여겨져 와서 향례라고 이르기도 하였다. 불교에서는 이 향에 대해 다섯가지로 나누어 보았는데, 이것은 향의 종류를 나타내는 것은 아니고 향이 불교에서 가지는 의미를 나타낸다. 다섯가지의 향의 의미는 오분법신이라하여 계향, 정향, 혜향, 해탈향, 해탈지견향이라고 표현하였는데 수행자가 반드시 밟아가야 할 길을 뜻한다고 한다. 오분법신의 각 향들이 가지는 의미는 아래와 같다.
- 계향 : 부처님의 계를 생각한다.
- 정향 : 부처님의 선정을 생각한다.
- 혜향 : 부처님의 지혜를 생각한다.
- 해탈향 : 부처님의 해탈을 생각한다.
- 해탈지견향 : 부처님의 해탈지견을 생각한다.
이처럼 불교에서는 향이 수행자가 반드시 밟아가야 할 길을 뜻하고 있다. 이와 비슷하게 불교에서는 평범한 사람들도 지켜야할 다섯 가지 덕목으로 오계를 말하고 있기도 하다.
우리나라 향의 역사
우리나라 향의 역사는 불교와 함께한다. 이는 삼국유사에 잘 기록되어 있는데, 불교가 도입될때 향도 함께 들어온 것으로 보고 있다. 삼국유사에 의하면 신라 19대 눌지왕 시절, 지금의 중국인 양나라에서 의복과 함께 향을 보내왔고, 이 향으로 아도화상(묵호자)이 공주의 병을 고쳤다고 말하고 있다. 이 기록에 의하면 당시의 향은 요즘처럼 방향제로만 쓰이는 것이 아닌 질병의 치료에도 쓰였음을 알 수 있다.
* 삼국유사 : 고려의 일연 스님이 썼으며, 삼국시대의 역사, 설화, 불교와 관련된 기록 등을 다양하게 수록하였다.
* 아도화상 : 삼국유사 신라본기 제4권에 신라불교의 기초를 닦아다고 전해지는 고구려인이다.
이때 전해졌던 향은 아무도 향의 쓰임새와 이름을 몰랐다는 기록이 있는것으로 보아, 가루향이거나 알모양으로 빚은 향이었을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자루향이나 나무토막으로 만든 향이 아니었을 것이라는 이유는 자루향의 경우엔 일본에 기록에 의하면 자루향을 만드는 기술을 조선에서 약 400여년전에 왔다는 기록이 있다고 하고, 향나무토막에 불을 붙여 향을 피우는 것은 이미 전통적으로 사용되던 방식이었을것으로 추측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꽃향과 우울증
꽤 지난 일이지만 동국대 신경정신과 구병수 교수와 동국대 생명과학기술연구소 이동훈 교수 등 공동연구팀은 2004년 연꽃향을 실험용 쥐에게 일주일간 두 번 2시간씩 쐬게 하였더니 전혀 향을 맡지 않았던 쥐와 비교하여 숙면, 진통, 기억증진, 신경안정, 항우울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다고 한다. 다만, 이후의 기록을 찾아보았으나 동물실험에 대한 이야기만 존재하고 그 이후에 상품화가 되었다던지 하는 내용은 없었다. 그래도 향을 맡는다는 행위자체가 효과적이라고 하니 동물실험에서도 효과있었다는 연꽃향을 찾아 향취를 맡아보는 것도 좋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2000년대에 들고나서부터는 향에 대해 꽤 관심이 많아진 것 같다. 그 시절 이후로 다양한 향에 대한 연구가 시작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는 글들이 많이 보였는데 향이 후각을 통해 뇌와 신경에 작용해 면역계를 활성화시키는데 도움을 준다는 연구 또한 있었다. 굳이 그런것들이 아니더라도 향기치료와 관련하여서도 관련 자료들이 꽤 많아졌음을 알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도 향에 대한 역사가 얼마나 깊었을까가 문득 궁금해져서 글을 써보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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