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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Korean History)/인물탐구(People in Korean History)

우장춘과 잡종강세 - 한국 농업을 바꾼 씨앗의 과학

by 김쓰 2025. 9.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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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대 위 식물 표본, 현미경과 연구 노트를 표현해보았다

글·사진 김쓰

 

어린 시절, 할머니께서 텃밭에 씨앗을 뿌리시며 "좋은 씨앗이 좋은 열매를 맺는 법이란다."라고 말씀하시곤 했다. 그때는 그저 당연한 이야기로만 들렸지만, 우장춘 박사의 삶을 들여다보면 그 말의 무게가 달라진다. 한 알의 씨앗에 담긴 가능성을 과학으로 길들이고, 밥상의 안정을 향해 실천으로 답한 사람. 우리가 오늘 먹는 채소와 곡식의 뒤편에는 보이지 않는 그의 손길이 있다.

 

 

잡종강세와 십자화과 연구의 의의

 

1920년대, 실험대 위에서 밤을 지새우던 젊은 연구자는 질문을 붙잡았다. 왜 서로 다른 품종을 교배하면 때로는 부모보다 더 튼튼하고 풍성한 자손이 나오는가. '잡종강세'는 단어 하나로는 다 담기지 않는 현상이다. 서로 다른 유전적 배경이 만날 때, 열성의 불리함이 상쇄되고 특정 조합에서 과우성이나 상가 작용 같은 상호작용이 성능을 끌어올릴 수 있다. 그 결과 병해 저항성, 수량, 환경 적응성 같은 성질이 향상되기도 한다.

 

우장춘은 배추·무를 비롯한 십자화과(배춧과) 작물의 교잡·육종을 통해 이 현상을 실험적으로 다루고, 현장에 닿는 방법으로 풀어냈다. 그의 공헌은 "처음"을 내세우기보다 "되도록 만드는 법"에 가까웠다. 논문에 멈추지 않고 종자를 고르고 교잡을 설계하며, 농가로 이어지는 보급의 흐름까지 살폈다. 씨앗이 종이에 머무르지 않도록 밭으로 가는 길을 만들었다. 그 길 위에서 잡종강세는 이론이 아니라 수확이 되었다.

 

 

일제강점기와 귀국 이후 10년 - 연구·조직의 유산

 

식민의 그림자 속에서 연구자는 과학과 정체성 사이의 긴장을 온몸으로 겪었다. 해방 이후 그는 귀국하여 초대 소장으로 연구 조직을 이끌고, 품종 보급 체계를 다졌다. 첫 단계는 "있는 것들 중에서 가장 좋은 씨앗을 가려내어 자급을 가능하게 하는 일"이었다. 이어 서로 다른 품종을 교배해 잡종강세의 이익을 실용적으로 끌어내는 작업이 뒤따랐다. 실험실과 논밭, 연구자와 농민, 종자와 밥상 사이의 거리를 줄이는 일이었다.

 

그가 남긴 유산은 결과물의 목록만이 아니다. "좋은 씨앗이 제때 농가의 손에 들어가도록 하는 제도와 흐름"을 만드는 일이었다. 연구소, 시험포, 증식과 보급의 연결망, 후학을 세우는 교실. 씨앗은 그렇게 '사람의 체계'를 만나 더 멀리 갔다.

 

 

신화 걷어내기 - 대중적 오해와 사실의 결

 

이름 앞엔 전설이 쉽게 붙는다. "불가능한 교배로 전혀 새로운 작물을 만들었다더라" 같은 이야기들은 성취를 신비화한다. 그러나 진실은 더 정교하고, 그래서 더 아름답다. 교배 장벽을 넘는 일은 종마다, 교배 방향마다 다르며, 실용화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실패와 시간이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불가능을 단번에 가능으로 바꿨다"는 감탄사가 아니라, "가능성의 문턱을 정직하게 측정하고 조금씩 넓혔다"는 사실이다. 신화를 걷어낼수록, 그의 성취는 신화가 아닌 역사로 단단해진다.

 

Q: 정말로 '불가능한 교배'가 단번에 성공한 적이 있나?

 

A: 현장에서는 종마다 교배 장벽과 방향성 차이가 크다. 실용화까지는 반복 실험과 시간이 필요하며, 성과는 점진적으로 쌓인다. 중요한 것은 '단번의 기적'이 아니라 문턱을 정직하게 측정하고 조금씩 넓히는 과정이다.

 

 

목표의 연속성 - 전통 육종에서 분자육종으로

 

오늘의 농업 현장은 데이터와 센서, 분자표지와 유전자 편집으로 진화했다. 그러나 목표는 같다. "우수한 형질을 선택하고, 조합해, 안정적으로 보급하는 것." 전통 육종은 긴 시간과 넓은 밭을 필요로 했고, 현대의 분자육종은 그 과정을 정밀하고 빠르게 만든다. 다른 도구, 같은 목적. 우장춘이 다진 토대 위에서 도구는 바뀌었고, 선택과 조합의 정확도는 높아졌다. 과학은 그렇게 씨앗이 지닌 시간을 단축하면서도 그 가치를 두텁게 만든다.

 

Q: 전통 육종과 유전자 편집의 관계는 무엇이 다른가?

 

A: 목적은 같다. 우수한 형질을 선택·조합해 안정적으로 보급하는 것. 달라진 것은 도구의 정밀도와 속도이며, 분자 도구는 그 과정을 더 투명하고 신속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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